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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물
20.11.07
admin

 


 

 

 

 

 

물은 생명체에 들어가서

생명을 지켜주고

 

만물을 적심으로써

깨끗하게 하여

 

만물을 온전하게 하는

가장 완전한 물질이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가장 완전한 것이다.

생명 그 자체이며, 표상으로의 존재도 액체, 고체, 기체의 모든 형태를 지니고 있다. 지구의 75%가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체의 70%도 물이 차지하며,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기도 하다.

 

또한 물은 쉼 없이 이어지는 순환작용을 함으로써 대지를 변화시키고 대륙의 형태를 변화시키며, 지구상의 기후를 좌우하고, 엄청난 에너지로 인간의 삶에 필수적 에너지인 전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우주의 모든 행성에는 물이 없으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물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물은 만물의 근원이라며 일원설(一元說)을 주장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만물의 근원은 땅, , 공기, 불이라며 사원설(四元說)을 주장할 정도로 물을 중시하였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 싯다르타는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며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는 전에도 강물에서 많은 소리들을 들었었다, 그러나 오늘은 새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하여 이제 와서는 그 소리들을 하나하나 가려낼 수 없었다. 우는 소리에서 기쁜 소리를, 어른소리에서 어린아이의 소리를 구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소리는 하나가 되어 있었다.

모든 소리, 모든 목적, 모든 동경, 모든 두려움, 모든 욕망 모든 선과 악이 종합된 것이 다름 아닌 이 세계였다. 또한 그것은 생성의 강이요, 생명의 음악이었다. 싯다르타는 이 강에 귀를 기울여 수천 가지 노랫소리를 들었다. 어떤 한 가지 소리에 정신을 빼앗겨 자기가 그 속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종합하여 들을 수 있을 때 그 수천 가지 소리로 이루어진 노래는 한마디의 유일한 말인 즉 완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옛말에 인자는 산을 찾고, 현자는 강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헤세도 싯다르타에서 말한 것처럼 강물이 흐르는 소리에서 삶의 많은 지혜를 깨닫고 생성의 강이요, 생명의 음악이었다.’고 노래했다. “은 불교의 진언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음절로서 밀교, 라마교, 힌두교에서도 신성시하는 음절이다.

 

물은 문학에서 도도히 흐르는 자태로써 선비다운 기품을, 서투르지도 않고 쉼 없이 흘러가는 자태에서 유유자적한 관조를, 숲 속을 타고 흐르는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맑은 울음소리로 청아한 지조를 노래한 소재로 즐겨 사용되었다.

한편 물은 그 자체의 물성(物性) 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이는 가진 자나 높은 신분의 사람은 가지지 못한 자나 하찮은 신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물심양면의 것들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 베풂의 대상이 사랑이거나, 물질이거나, 학식이거나 그 무엇이지 가릴 것이 없다. 선덕 또한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에게 머물지 않고 오직 겸허한 사람들에게만 머무는 것도 이와 같다.

물은 쉼 없이 흘러간다.

흐름을 멈춘 물은 그 운동을 그치는 순간 즉 고인 물은 썩게 된다. 가진 자가 베풂에 인색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는 부패하게 된다. 베풂이 없는 사랑은 곧 말라버리게 되고 그는 성징이 메마른 사람으로 변해 인생을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된다.

 

흐르는 물을 돌로 막게 되면 물은 자연스레 그 돌을 피하여 돌아 흐르게 되고, 물리력으로 강제적인 압력을 가하게 되면 눈을 피해서 지면 아래로 흐르게 되며, 댐을 높이 쌓게 되면 어느 순간에 댐을 붕괴시키게 된다. 젊은 남녀의 뜨거운 사랑도 이와 같은 속성을 가진다.

 

남녀 사이에 흐르는 사랑은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보여 주듯이 반대에 부딪히면 어떻게든 설득을 하여 그들의 사랑을 이어 가고자 하고, 물리력을 동원해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자 하면 발코니를 타고 올라가 몰래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다가 두 사람 사이에 거대한 댐(아버지의 명령으로 줄리엣과 파리스의 결혼을 강제적으로 추진함)을 쌓게 되자 강제결혼을 피하고 성을 탈출하기 위해 비약을 먹고 가사상태로 납골당에 안치된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받은 로미오는 사랑하는 줄리엣이 정말 죽은 줄 알고 음독자살을 하게 되고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로미오의 주검을 보고 이에 단검으로 가슴을 찔러 자살을 함으로써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사랑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의 흐름인 자연력을 인간이 물리력으로 저지를 하게 되면 종국에는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8512일 리히터 규모 8.0의중국의 쓰촨성 원촨 대지진의 발생 원인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후베이성 이창시의 싼샤댐과의 연관성 - 싼샤댐에 저장된 엄청난 물이 강한 압력으로 지반 변화를 일으켜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 을 거론하는 것도 그 일례로 볼 수 있다

 

물은 용매의 특성으로 많은 물질을 용해하여 자신의 몸으로 감싸준다. 소금이나 설탕은 물에 잘 용해된다. 그리고 다른 물성을 지닌 달고, 짠 물질은 그 물성 자체로 그대로 간직한 채 물을 용해시켜 버린다. 고체 상태로서의 소금과 설탕은 자신의 형체를 바꾸어 물에 용해되어진 채 존재하면서도 달고, 짠 그 본질을 잃지 않는다.

물의 이러한 용매성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가치성을 주장하는 인간 사회에서, 그들은 모두 한 몸에 품는 군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회는 이러한 물을 닮은 군자를 많이 가질수록 살만한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물은 모든 것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인체 내의 물은 인체에 불필요한 것들을 인체 외부로 배출시켜 몸을 정화시켜 주고, 지상의 만물은 물로 씻김으로써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부정한 것에 닿은 사람은 물로 씻음으로써 정하게 되고, 기독교에서는 침례- 물에 머리까지 담그고 받는 세례-가 베풀어지고, 힌두교에서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재계하면 모든 죄를 면할 수 있다고 믿는 등 물은 물질과 영혼까지도 정화시킨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오염물질을 스스로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자연계에서의 정화작용능력을 통하여 오염 물질의 농도를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도 물의 용매 특성처럼 상대방을 사랑함에 나를 주장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을 정화시켜 큰 사랑으로 발전할 수가 있다. 빅토르 위고는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을 통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 발장(Jean Valjean) 이 마리엘 주교가 베푼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은쟁반을 훔친 좀도둑에서 주교의 자비심에 감화되어 시장이 되고 사랑을 깨닫게 되어 선정을 베푸는 삶을 그리고 있다.

우리네 실생활에서도 사랑하는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그 죄악을 용서해 주고 사랑으로 품어 자신의 양자로 삼아 살인자를 고귀한 인물로 승화시킨 어머니의 큰 사랑의 이야기들을 종종 접하곤 한다.

 

물은 강력한 응집력으로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지 않고 자연스레 우리라는 합체로 존재하다가 종국에는 바다라는 큰 그릇에 모여 하나의 커다란 온전체로 다툼이 없는 온전성을 띤 물질로 존재하게 된다. 온전성이라 함은 물에는 틈새가 없다는 것을 이름이다. 즉 객체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주체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은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모든 것들을 채워 준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이처럼 유연하고 모든 형상으로 변화하는 물성이야말로 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사람의 용모나 됨됨이를 보지 않고, 그 어떤 인간에게도 채워줄 수 있는 참된 사랑을 가진 자에겐 적이 없는 법이다.

 

바다란 물의 흐름의 종착지이자 출발지이기도 하다.

바다에 도착한 물은 액체로서의 표상을 마치고 수증기로의 기체로 물성이 바뀌게 되어 유형의 존재에서 무형의 존재로 탈바꿈한다.

 

인간의 삶도 이와 같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개별적인 삶을 살아오다가 종국에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다다른다. 죽음의 바다에서는 가진 자든 가난한 자든 배운 자든 배우지 못한 자든 , 선인이든 악인이든 그 구분이 없이 모두가 하나의 문을 통하여 유에서 무의 형태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물의 물성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교훈으로 삼을 많은 지혜를 일깨워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며 물을 예찬하였다. 물은 만물을 생육하고, 생명의 근원이 되어 만물을 이롭게 한다 하여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하였다.

 

물은 막으면 돌아가고, 나누어 비켜 가고, 파인 곳을 메워 가는 순리에 따름으로 무리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다 하여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는다.

물은 가장 낮은 곳인 바다에 처함으로 겸손함과 포용력을 갖춤으로써 만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낮춰 낮은 곳에 거할 것을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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