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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하인츠 딜레마
21.07.19
hyunwoo


 

그 어떤

법도

인간의

생존권에

앞 설 수는

없다

\'하인츠의 아내는 어떤 희귀한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의사들의 말로는 아내를 구할 수 있는 약이 한 가지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하인츠의 마을에 사는 한 약사가 최근에 발견한 리듐 화학물질이었다.

그 약은 성분부터 워낙 고가였고, 약사가 판매가로 정한 값은 제조원가의 10배나 되었다. 제조비용은 200달러가 들었는데, 약의 판매가는 2000 달러로 책정한 것이다.

 

하인츠는 이 약을 살만한 돈이 없는 가난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하인츠는 약을 사기 위해 모든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 아내를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 고 하소연 하여 돈을 빌렸는데, 그가 마련한 금액은 약값의 반인 1000달러 밖에 구하지 못하였다.

그는 그가 구할 수 있었던 1,000달러를 가지고 약사에게 찾아갔다.

그리곤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하여 구한 1,000달러를 보여주며, 그 약을 지금 구하여 아내에게 먹이지 못하면 사랑하는 아내가 죽게 되니 약값을 싸게 해줄 수 없느냐고 약사에게 애원하며 매달렸다. 그러나 매정하게 거절을 당하자 그럼 나머지 1,000달러는 나중에 꼭 갚을 것이니 지금 약을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였다. 하지만 약사는 \'안 됩니다. 이것은 내가 발명한 약이고 나는 이 약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라는 싸늘한 대답으로 거절을 하였다.

하인츠는 결국 절망에 빠진 채 집으로 돌아갔으나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는 결국 그 날 밤 약국을 찾아가 문을 부수고 약을 훔치게 되었다.

 

이러한 하인츠의 행위는 재판에서 어떠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위의 글은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 \'도덕성 발달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가설을 풀어 쓴 글이다.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 단계를

1수준을 인습 이전 수준으로 부르며

1단계인 벌과 복종의 단계(obedience and Punishment orientation) ,

2단계인 도구적 목적과 교환의 단계 (Self-interest orientation) 로 나누었고

2수준을 인습수준으로 부르며

3단계인 개인 간의 상응적 기대, 관계 동조의 단계 (Interpersonal accord and conformity) ,

4단계인 사회체제와 양심보존의 단계 (Authority and social-order maintaining orientation) 로 나누었으며

3 수준을 인습 이후 수준으로 부르며

5단계인 권리우선과 사회계약, 혹은 유용성의 단계(Social contract orientation)

6단계인 보편 윤리적 원리의 단계( Universer ethical principles) 로 나누었다.

콜버그는 6단계의 도덕성 발달에서 벌을 받게 되는 행동은 나쁘고, 상을 받게 되는 행동은 좋다고 말하였다.

오늘날 도덕이 발달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발달한 가운데 하인츠의 행위는 어떠한 논리로 풀이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를 도덕과 규범, 법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사건의 본질과 현상으로 구분하여 정리해보기로 한다.

 

하인츠 사건의 본질로는 4가지 측면에서 파악해 보자.

첫째 : 생명을 살려야 한다.

둘째 : 경제적 여건이 따르지 못하였다.

셋째 : 도둑질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는가?

넷째 : 약사의 행위는 합리적이었는가?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본질은 그 대상이 누구이든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전제하에 아내를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잃는다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떠한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따르지 못하였다\' 는 본질은 하인츠가 최선을 다하여 약값으로 1,000달러의 현금을 모았고, 부족분은 후일에 꼭 갚겠다는 약조를 제공하였으므로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 경제적 여건을 충족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행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둑질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는가\'는 본질은 약사와의 모든 형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약을 구할 수 있는 출구는 모두 봉쇄되어 있는 상태에서 도둑질은 유일한 방법이었다.

 

\'약사의 행위는 합리적이었는가?\' 는 본질은 약사에게 주어진 \'디오스코리데스선서\'에 의하면 \'나는 오늘 이 순간부터 고통 받는 인류의 복지와 행복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는 항과 \'나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어떠한 생명이라도 소홀히 여겨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는 항 그리고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가치규범을 따르겠습니다.\'는 항에 의해 그의 행위는 합리적 모순을 벗어날 수 없다.

이로써 하인츠의 행위에 대한 본질은 합리적이고 당위성에 기인한 것으로써 하인츠는 본인이 취해야 할 모든 행위 중에서 최선의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드러난 표상으로서의 행위는 약국을 부수고 약을 훔친 절도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여기서 기물파손과 절도라는 악한 행위는 생명을 구하는 선한 행위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하인츠를 절도를 행한 행위자로서 행위에 상응한 벌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검사는 다른 한 가지 무서운 사실을 잊고 있으니, 만약 절도의 죄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부인의 죽음을 방기(放棄)한 죄를 하인츠는 아내에게 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편 검사가 주장한 절도죄는 상황에 따라 죄악이 아닌 선한 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도시의 인구가 100명인데 하인츠가 처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 놓인 사람의 수가 51명이었다면 전 인구의 과반이 행한 행위가 죄악으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은 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서 한 명의 사람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훔쳤다면 이는 살인이라는 죄목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반해 과반의 인구가 이웃나라를 침공하여 전쟁으로 일어나는 살인과 약탈에 대해서는 적을 많이 살상하고, 재물을 많이 약탈한 사람일수록 \'영웅\' 이라는 칭호를 붙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행적을 본받기를 권유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인츠의 행위가 51명에 의해 저질러졌을 때 세상은 그들을 정죄하기는커녕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죽어가는 부인을 위해 지고지순한 사랑의 행위를 일으킨 선한 이들의 집단으로 표창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행위가 개인에게는 죄악이 되고, 국가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행위로 되어 선이 되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배심원들은 한 명의 죄인을 두고 판결을 내릴 때에 가장 무서운 오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 바로 하인츠의 사건 경우이다.

민주주의의 기초는 다수결의 원칙이고, ‘판결의 기초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로 되어있다.

 

일반적인 재판에서는 죄인이 저지른 행위는 명백한 증거주의의 근거로 채택이 되나, 본질은 표상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판결의 근거로 채택되기는 어렵다. 피고석에 앉은 하인츠를 바라보는 배심원들은 우선 본인이 행위의 당사자가 아닌 방관자의 위치에서 하인츠가 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았음을 다행스레 여기며 자신은 정죄를 가리는 높은 자리에 앉은 무리 중에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 검사의 논고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무리의 뒤에 숨으며 판결의 책임에서 도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변호인이 배심원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전달하고, 배심원들이 그 본질에 대해 오류를 주장하며 정당한 논리를 제기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내린 결정은 다수에 의한 소수의 압제로 밖에 볼 수 없다.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 과 제임스 밀(James Mill) 등이 주장한 공리주의(utilitarianism)에 의하면 공공의 행복도 개인의 행복으로 민족이든 국가든 그저 다수의 개인일 뿐이다. 즉 개인의 행복을 수적 우위를 점한 다수라는 조건만으로 공공의 행복이란 미명아래 파괴하고 침해해서는 안 된.

 

독일의 법철학자 라트브루트(Gustav Radbruch)에 따르면 \'\'은 배분적 정의 및 평등, 공공복리에의 적합성, 법적 안정성을 이념으로 하고 있다. 즉 법은 사회의 질서유지와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강제적 규범으로서 만인 앞에 평등할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고 주장하였다.

하인츠는 법을 지키기 위해선 약을 훔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법을 지키기 위해선 아내의 죽음을 대가로 치러야 하고, 아내를 살리기 위해선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내던져진 것이다.

 

국가가 정한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서서히 꺼져가는 아내의 생명의 불꽃을 지켜보는 하인츠에게 국가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방관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하인츠를 정죄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킬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츠를 정죄한다면 국가는 자신이 정한 법률상의 가장 기본인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는 조항을 스스로 파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 하인츠의 행위를 범죄로 만든 객관적 요소인 약품에는 두 가지의 가치가 존재해 있다. 약품을 발명하는 근본 가치는 약사의 본질이 \'디오스코리테스 선서\' 인 것처럼 생명을 지키고 구하는 생명윤리의 도덕적 가치와, 약품을 판매함으로써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이차적 가치인 경제적 가치가 있다. 도덕적 가치는 본질적 가치이고 경제적 가치는 부가적 가치이다.

 

가설 속의 약사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지닌 약품의 개발자요 판매자이다. 약사가 주장할 수 있는 가치 중 도덕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보다 선행한다.

그러나 약사는 부가적 가치인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고 본질적 가치인 도덕적 가치를 외면하였기에 \'디오스코리데스 선서\'\'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가치규범을 따르겠습니다.\' 라는 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약사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였다. 또한 본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하인츠로 하여금 범법행위를 저지르게 만들었고, 비록 범법행위를 직접적으로 조장하지는 않았지만, 범법행위를 일으키도록 방관하고 유도한 것과 다름없는 태도로 인해 비난 받아 마땅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상의 논리로써 사건의 본질과 사건의 표상을 정리하면 하인츠의 범법행위를 일으킨 것은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한 행동하는 양심이었지만, 약사의 태도는 도덕적 가치를 저버리고 오직 자신의 경제적 가치만을 주장한 본인의 양심을 외면한 행위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규범과 법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의해 변화를 거듭하여 왔지만 인간의 양심만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도 구애(拘碍) 됨이 없이 온전함으로 존재해왔기에 법은 양심에 우선할 수 없다. 진리란 불변하는 것이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고 탈바꿈하는 것이 아니므로 진리가 아닌 법이 양심에 우선한다는 것은 물이 자연적인 이치인 흐름인 위에서 아래로의 흐름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터무니없는 주장일 뿐이다.

 

양심의 진실한 소리에 따라 일어난 행위는 법의 제제 대상이 될 수가 없으며 그 행위로 정죄(定罪)를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인츠가 행한 행위는 기물파손과 단순절도를 일으킨 것으로의 경제적 가치가 훼손된 것이므로 귀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범법자가 되기를 자처한 그의 숭고한 사랑은 그 어떠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하인츠가 약사에게 범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법에 의한 처벌(인신구속 등) 이 아니라, 법이 강제하는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실존주의에 젖어있다.

실존이 본질에 선행하는 사상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한 본질은 아예 표상으로서의 객관적 행위에서 도출한 가상의 본질에 의해 가려지고 하인츠의 비극은 사회 정의의 구현이라는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이 진리로 포장된 채 점점 화석화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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